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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영화의 새로운 모범 -아임 낫 데어- by 베헤못

아임 낫 데어
케이트 블란쳇,히스 레저,크리스찬 베일 / 토드 헤인즈
나의 점수 : ★★★★★











영화 '라쇼몽'을 보면 같은 사건이 사람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묘사되는지 나온다.
그리고 결국 그 누구의 눈에도 실제 있었던 사건은 정확히 관찰되지 않는다.
실제 삶에서도 관찰자가 존재하는 한
이러한 사건의 (의도적인/비의도적인) 왜곡은 필연적이다.
그것은 그의 가치관 때문일 수도 있고, 제한된 시각 때문일 수도 있고,
또는 그의 이해관계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건 어떤 현상에 대해 있는 그대로 오롯이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어쩌면 처음부터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한 사건도 그러한데 한 인물을(그것도 논쟁의 중심에 있는) 이해함에 있어서는 어떨까?
현대 사회는 대중 매체의 시대이고 이미지 메이킹의 시대이다.
바로 옆에서 관찰하는 인물들 조차도 자기의 방식대로 이해하기 쉽상인데,
TV나 라디오, 인터넷을 통해 대중에게 비춰지고 이해되는 경우에는
그 인식은 본질에서 한없이 멀어진 것일 가능성이 크다.

밥 딜런은 옹호자건 비판자건 동의하는 음악계와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그런 인물에 대해서 전기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면 어떠한 포지션을 취해야 할까?
긍정적인, 또는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이고, 최대한 중립적인 시각을
유지하기 위해 두 가지 모두를 영화 내에서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벨벳 골드마인'의 감독인 토드 헤인즈는 혁신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전례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무려 7명의 인물과
6명의 배우를 사용한 것이다.

기타를 매고 떠도는 흑인 아이 '우디 거스리' (마커스 칼 프랭클린)
시골에서 갓 상경해 저항의 메세지를 담은 포크를 노래하는 '잭 롤린스' (크리스찬 베일)
팬들에게 비난받으면서도 일렉기타를 들고 포크를 연주하는 '쥬드 퀸' (케이트 블란쳇)
잭 롤린스의 전기 영화에서 그를 연기한 영화 배우 '로비 클락' (히스 레저)
예전에 유명 포크 가수였으나 기독교에 귀의해 목사가 된 '존' (크리스찬 베일/1인 2역이다)
자유를 갈구하는 무법자 '빌리 더 키드' (리처드 기어)
심문인지 인터뷰인지를 하고 있는 시인 '아서 림바우드(=아르튀르 랭보)' (벤 위쇼)
이 바로 그들이다.

밥 딜런의 정신적 멘토의 이름이자, 미성숙한 밥딜런을 상징하는 소년인 우디 거스리.
대중의 열광을 받던 시기의 밥 딜런을 나타낸 잭 롤린스.
가장 화제가 된 시기인 포크 록의 시기의 쥬드 퀸. 
감독이 생각하는 밥딜런의 사적인 모습에 가장 가까운 로비 클락.
갑자기 기독교와 관련된 앨범을 내 사람들을 당황케 했던 밥딜런인 존.
은둔 시기의 밥딜런을 나타내는 밥딜런이 좋아했던 악당 빌리 더 키드.
밥 딜런이 좋아한 시인이자 밥딜런의 화제가 된 인터뷰 장면들에서 영감을 얻은 랭보.
이들은 모두 밥 딜런의 일정 부분을 상징한다.
동시에 밥 딜런의 보여지는 일면에 허구를 섞은 가공의 인물일 뿐, 밥 딜런은 아니다.
즉, 밥 딜런은 어디에도 없다. (I'm not there)

영화는 밥 딜런의 일생을 일대기적 구성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시간과 공간이 얽히고 섥혀 혼란스럽기 그지 없고
밥 딜런에 대한 지식 없이는 내용을 알기가 힘들며
전통적 전기영화처럼 그가 누구인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동시에 이 영화는 어떤 한 관점에 매몰되지 않는다.
모든 관점에서 밥 딜런을 조명하여 밥 딜런 본인은 없지만,
'밥 딜런이 누구인가'에 근접하게 다가간다. 
다만, 이 영화는 그 의문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결론은 이 영화를 인식하는 관객마다 다르게 도출될 것이다.

관찰자인 감독이 타인의 삶, 혹은 어떤 사건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묘사하는 것은
그 자체가 필연적으로 일종의 변질이다.
그렇다면 그런 변질/왜곡을 막으려 하지 않고 그러한 시선을 모두 모아서 보여줌으로써
그곳에서 하나의 공통 분모(내지는 어떤 본질)을 찾으려는 시도를 보여주는 이 영화는 훌륭하다.
(물론 공통 분모가 무엇인지는 절대로 정의내리지 않는다.)
전기 영화라는 장르에 있어서 하나의 변곡점이라고까지 생각된다.
밥 딜런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이 없이 영화를 보는 것은 말리고 싶지만,
그 정도의 수고는 기꺼이 감수할 정도로 각별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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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그 모든 것을 떠나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 하나 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있다.

덧글

  • 2009/01/16 22:3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베헤못 2009/01/19 01:07 #

    아, 영광입니다^^
    다만 제가 글을 좀 수정할 계획이라서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안될까요?
    완성되면 제가 블로그에 비밀글로 덧글 남기겠습니다.
  • 국화 2009/01/16 23:35 # 답글

    add link ! 국화라고합니다 . 가끔이야기 나누고 그래요 -
  • 베헤못 2009/01/19 01:07 #

    앗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서오세요~
  • cojette 2009/01/17 10:17 # 삭제 답글

    그러니까 케이트언니가 킹왕짱이라니까능. 아흑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베헤못 2009/01/19 01:08 #

    뭐 이 작품에선 고 히스 레저라도 한수 접어야죠(...)
  • 2009/01/19 23:2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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