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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 -용의자 X의 헌신 by 베헤못

용의자X의 헌신
후쿠야마 마사하루,츠츠미 신이치,시바사키 코우 / 니시타니 히로시
나의 점수 : ★★★★









yes24 시사회에 당첨이 되어 보게 된 영화이다.
이미 책으로 한 번 읽었는데 너무 감상적인 면이 많아 다른 책과 교환하긴 했지만
추리 소설의 본분인 트릭에는 감탄했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책이었기 때문에
시사회에까지 응모를 하여 보게 되었다.

쳔재 수학자이지만 현재는 고등학교 수학 교사인 이시가미는
평소 흠모하던 야스코가 협박을 일삼던 전남편을 우발적으로 살인한 것을 알게 된다.
이를 감춰주기 위해 이시가미는 완벽한 트릭을 만든다.
야스코 모녀의 알리바이의 완벽함에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는 것처럼 보였으나,
제도대(동경대인 듯) 물리교수 유카와는 대학 시절 자신이 인정한 천재 이시가미가
사건에 관련되어 있음을 알고 흥미를 느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놀랄만한 트릭의 정체가 밝혀진다.
(트릭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겠다.)

이 영화의 매력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그 트릭의 완벽성, 그리고 공정성이다.
트릭은 '아름다울' 정도로 훌륭하다.
또한 모든 단서를 제시하고  독자와 승부를 벌이는 '클래식'한 방식은 아니지만,
비교적 공정하고 복선도 여러 번 던져준다.
'살육에 이르는 병'같이 감탄은 나오지만 뒷끝이 찝찝한 트릭은 아니다.
(그럼에도 '살육...' 역시 대단하지만)
때문에 근래에는 찾아보기 힘든,
한편의 잘 쓰여진 정통 추리 소설을 보는 것 같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두번째, 작품 내의 논리와 비논리의 대립구도에 있다.
유카와는 논리로 모든 사건을 설명할 수 있다고 장담하지만
그는 비논리적인 일에서 힌트를 얻어 트릭을 풀어내며
무엇보다 모든 진실이 밝혀진 뒤에도 너무나 비논리적인 정(情)으로 이시가미를 대한다.
이시가미는 또 어떠한가? 그의 트릭은 완벽했고
유카와조차도 마지막까지 그의 계획을 깨부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완벽한 트릭은 비논리적인 정(情)에 의해 무너진다.
뿐만 아니라 지극히 수학적이고 논리적이었던 그가,
이 모든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비논리적인 사랑 때문이었다.

논리적 엄격성을 지녀야 할 추리물에서 이렇게
비논리적인 동기/해법들이 등장하는 것이 불만족스러울 사람들도 있겠지만,
오히려 나는 비논리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천재 이시가미의 재능을 아껴 차마 그의 트릭을 밝히지 못하는 유카와,
이시가미의 모든 행동을 가능하게 한 사랑, 이시가미의 마지막 절규....
논리적인 설명은 이 찬란함 앞에서 빛이 바랜다.
결국 히가시노 게이고가, 그리고 영화의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인간 사이의 끌림과 정(情)은 논리로 설명할 수 없다." 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시가미는 그 비논리를 통해 4색 문제의 완벽한 증명 이상의 아름다움을 깨달은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망설임이 없다.

마지막에 인간이 이정도까지 할 수 있을까, 라고 씁쓸해하는 유카와와 달리
나 역시도 같은 상황에서 망설이지 않고 이시가미와 똑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감상적이라는 이유로 이 작품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이 영화에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영화의 분위기는 소설에 비해서 비교적 가볍다.
그렇기에 착 가라앉은 분위기의 소설에 비해 이시가미의 비장함을
그리고 그 '헌신'을 전달하는 강도가 좀 약했던 것 같다.
또한 일본 영화 특유의 작위적인 부분, 그리고 지나치게 감동/감정을 강요하는 부분,
(이것은 소설에서도 아쉬움으로 남은 부분이다.)에서는 어색함을 느꼈다.

하지만 가장 안타까웠던 건 한국에서는 이런 영화/드라마가
만들어지기 힘들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살인의 추억>과 같은 영화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정통 추리를 소재로 한 작품은 내 기억에는 없는 것 같다.
(혹시, 그런 작품이 있다면 추천해주었으면 합니다.)

추리물을 좋아하는 분이고 일본 영화의 표현 방식에 어색함이 없다면
한번쯤 영화관에 가서 볼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유카와가 탐정으로 나오는 드라마 시리즈인 <갈릴레오>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덧.
츠츠미 신이치의 이시가미 연기는 정말 훌륭했다.
그렇게까지 연기하기란 쉽지 않을텐데.......
연출 역시 그렇게까지 이상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에 대한 한국 관객의 반응은 폭소였다. 씁쓸하다.
과연 멋진 꽃미남 배우가 연기를 했어도 동일한 반응이 나왔을지...
모든 비장한 역할은 잘생긴 배우에게 돌아가야 하는가?
생활력 없고 어딘지 모르게 나사가 빠져있는 인간이 처절해지는 것은
그렇게나 어색하고 우스운 일인가?

이시가미의 고뇌를, 아픔을, 사랑을 이해했다면,
어떻게 거기서 웃을 수가 있는지...

작년에 본 레이디 맥베스에서 온몸이 떨릴 정도의 혼신의 연기에
웃음으로 반응하던 고등학생들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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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rigelh 2009/04/02 21:10 # 답글

    이시가미가 복도에서 야스코와 쿠도를 지켜보다가 야스코와 눈이 마주쳤을 때 보여줬던 표정이라든지, 마지막의 장면은 웃긴 장면이 전혀 아니죠; 슬픈 외모 지상주의..orz
  • 베헤못 2009/04/04 02:29 #

    아아 정말 안타깝다-_ㅠ 왜 이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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