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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인 영웅담 - 후린의 아이들 by 베헤못

후린의 아이들
J.R.R 톨킨 지음, 김보원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나의 점수 : ★★★★★




톨킨은 평생 영국에 신화다운 신화가 없는 것을 아쉬워했다.
그래서 그가 <반지의 제왕>이나 <호빗>보다 먼저 착수했던 작업은,
처음에는 서사시, 후에는 연대기 식의 신화를 만드는 일이었다.
이 일은 그의 생전에는 정리된 결과물로 나오지는 못했으나,
그의 사후, 아들이 그의 원고를 정리하여 펴냄으로써 <실마릴리온>이 세상에 드러났다.

톨킨은 <실마릴리온>에서도 3가지의 이야기에 가장 중점을 두었는데,
인간과 엘프 사이의 최초의 연인인 베렌과 루시엔의 이야기,
영웅이나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투린 투람바르의 이야기,
그리고 가운데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였던 곤돌린의 몰락이 그것이다.

그리고 최근, 역시 그의 아들이 정리를 하여, 투린 투람바르의 이야기가
독립된 책의 형태로 출간되었는데 이것이 <후린의 아이들>이다.
톨킨은 전형적인 영웅 서사(특히 오이디푸스 신화)의 구조를 택하고 있다.
즉, 영웅의 운명적 탄생과 예언(이 예언은 탄생과 더불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 예언을 피하기 위한 몸부림, 위대한 업적의 달성,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예언의 달성이 그것이다.
때문에 내용 자체에서 어떤 특별함을 찾기는 '개인적으로는' 힘들다.

그러나, 그러면 어떠하랴?
고대부터 영웅 서사라는 것은, 비극을 얼마나 비극답게 다루느냐,
그 비극에 얼마나 무게가 느껴지느냐가 작품성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톨킨의 가운데땅은, 그 안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는 인간 군상은,
살아서 움직이고 있고 충분히 매력적이다.
때문에 이 서사는 그 내용을 모두 알고 보더라도 훌륭한 비극이다.
(다만, 주인공인 투린은...영-_- 애정이 안가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것이 비극의 품격을 손상시키지는 않는다.)

나는 어떤 면에서 톨킨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반지의 제왕>이 아닌
<실마릴리온>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난무하는, 별로 필요도 없으면서
방대하기만 한 '죽은' 설정이 아니라 생동감과 품격을 갖춘
판타지 세계를, 그리고 그 안의 생명들을 창조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한 소설이나 설정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기품 넘치는 역사서이다.
엘프와 인간의 항쟁의 역사, 그 비극의 역사는 슬프다기보다 처연하다.
그 역사서의 한 부분이 끄집어내져 한 권의 완성된 책으로 나온 것이 매우 기쁘다.
베렌과 루시엔, 그리고 곤돌린의 이야기도 책으로 나오길 기대해본다.

(* 단, 별점 5점은 톨킨 월드의 팬으로 준 것이기에,
톨킨을 책으로 처음 접한다면 다른 작품을 먼저 읽을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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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cojette 2009/06/04 08:25 # 삭제 답글

    오옹 이 책을 주변에 읽은 사람이 없어서, 궁금해하기만 했는데 투린 투람바르 이야기였구나 -_-);; (난 실마릴리온에서 쟤는 별 관심없고 오히려 곤돌린 이야기가 아쉬웠는데 --; )
    지루한 면은 어떠한가? (사실 개인적으로 톨킨 책..세계관 훌륭하고 뭐고를 다 떠나서 호빗 말고는 다 좀 지루했..)
  • 베헤못 2009/06/04 09:47 #

    투린이 후린의 아들 이지요. 저는 톨킨 특유의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좋아서 실라릴리온도 하악하악하면서 봤으니-_- 별로 지루함은 못느꼈지만, 글쎄요... 박진감넘친다고...는 못하겠네요.
  • Frey 2009/06/04 08:54 # 답글

    어라; 후린의 아이들이 번역되어 나왔었나요? 10년 전 캐나다에 있을 때 살까 말까 고민하던 책이었는데 한국에 나왔을줄은 몰랐군요.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 베헤못 2009/06/04 09:48 #

    씨앗을 뿌리는 사람에서 톨킨 책은 HOME 빼고 거의 나온 것 같더라고-ㅁ-
  • Frey 2009/06/04 09:55 #

    이 글 보고 yes24에 들어가서 주문하려고 했는데... 작년에 주문한 걸로 나오더군요;; 대체 저 책이 어디 있는지 집에 가서 뒤져봐야겠습니다 orz
  • 2009/06/10 13:12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09/07/12 23:31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베헤못 2009/07/14 20:51 #

    그냥 앞부분을 과감하게 빼고 읽는게 어떨까.
    이왕이면 쉬운 호빗부터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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