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골의 꿈 - 전2권 세트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사철나무)
나의 점수 : ★★★★
교고쿠도 시리즈는 음습하다. 일본 특유의 끈적끈적함이 스며들어 있다.
일전에 달갑지 않다고 말한 '라스 만차스 통신' 정도는 이에 비하면 양반이다.
게다가 그것이 묘하게 기괴하고 현실감 있는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라스 만차스 통신'과는 그 느낌의 강도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는 필력의 차이이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교고쿠도 시리즈는 '라스 만차스 통신'과 같은 불쾌감을 주지 않는다.
사건 자체는 끔찍하고 엽기적인 경우가 많으나 최소한 나는 독자의 입장에서
짜증도 진절머리도 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앞서도 말햇듯이 필력의 차이이기도 할 것이고,
그러한 음습하고 끈적끈적한 것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
'라스 만차스 통신'의 주인공과 교고쿠도 시리즈의 일당들(이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다)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광골의 꿈은 여전히 괴이하고 또 훌륭하다.
소설의 구성이라는 측면에서 전의 두 작품보다 높은 평가를 줄 수 있고,
우연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기는 하나 사건도 더 매끄럽게 해결된다.
(물론 중간에 고다이고 천황부터 시작해서, 프로이트나 융의 정신 분석학에 이르기까지
온갖 전문적이고 매니악한 지식이 난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나마 일본사에 익숙한 것을 다행으로 여길 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여기까지다. 이 소설은 분명 매우 잘쓴 책이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망량의 상자에서의 그 미적인 광기가 보이지 않는다.
빨려들어갈 것 같은 매혹적인 그 분위기는 살아나지 않는다.
이것은 어찌보면 내가 책의 핵심적인 트릭을 책 초반부에 눈치챘기 때문일지도 모르나
그보다는 사건 자체의 탐미적 엽기성이 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소설로는 훌륭하나 교고쿠도 시리즈로는 훌륭치 못하다.
물론 이렇게 말해도 소설의 기본적 재미에 충실하고 소위 '글빨'이 살아있기에
읽는 재미는 탁월하다.
후속작 텟소의 우리가 곧 출간 예정인 것으로 아는데 읽어보아야겠다.
계속 읽을만한 가치가 충분한 시리즈이다.


덧글
rigelh 2009/08/26 21:29 # 답글
나도 지금까지 나온 이 시리즈 중에선 "망량의 상자"가 제일 좋아 흐흐베헤못 2009/08/28 09:35 #
망량의 상자 하악하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