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크래프트 전집 1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정진영 옮김 / 황금가지
나의 점수 : ★★★★
평소에 관심이 있던 러브크래프트 전집이 이번에 황금가지에서 출간됐다.
다행히 렛츠리뷰에 당첨되어 공짜로(!) 1권을 볼 수 있었다.
러브크래프트 소설의 첫 느낌은 끈적끈적함과 질척질척함이랄까?
공포 소설이나 일본 호러 영화의 섬뜩한 공포 같은 것은 러브크래프트에겐 해당사항 없음이다.
그의 소설에서의 공포는 차라리 늪에 가깝다.
조금씩 조금씩 잠겨가면서 허우적거릴수록 더 빠져드는 그런 느낌이다.
물론 1930년대 소설이니만큼 지금와서 이 책을 읽고 공포를 느끼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자극적이고 그로테스크한 것들이 우리 사이에 일반화된 것 같다.
하지만, 그가 진정 말하고자 했던 '인간을 찾아오는 속수무책인 강렬한 공포'의 힘은 대단하다.
무섭지는 않으나 그 끝맛이 아주 쓰고 매우 강하게, 지속적으로 남기 때문이다.
근대의 종언과 함께 인간을 찾아온 것은 허무주의였다.
양차례의 세계대전의 사이, 그리고 대공황의 시대가 어떤 느낌이었는가 러브크래프트는 잘 보여주고 있다.
패배주의, 무력감, 숙명론, 전통의 상실 등..
그의 중단편들 대부분에서 주인공은 무력하며 관찰자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어떠한 행동도 그의 상황을 개선시키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별로 좋은 끝을 맺지 못할 것을 알고 있으며 두려움에 사로잡혀 강박적으로 글을 쓴다.
소설로의 가치보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은 그의 방대하고도 그로테스크한 설정이다.
그레이트 올드 원, 올드 원, 엘더 원, 디프 원 등 그가 만들어낸 다양한 초인간적 생명체들은
여전히 다양한 장르에서 인용되고 소비되고 패러디된다.
그것은 인간의 인지 능력으로는 묘사하기조차 불가능한 이러한 거대한 존재들이
심연의 어딘가 있을거라는 인간의 두려움이자 기대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은 아닐까.
아무에게나 추천을 할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크툴루라는 이름을 한번이라도 들어봤다면 읽어서 손해볼 일은 없을 것이다.
@단, 기분이 좋을 때 읽어도 착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으니 우울할 때 읽지 말 것!
-한편만 읽어야 한다면? '인스머스의 그림자'


덧글
cojette 2009/10/28 08:18 # 삭제 답글
아아..러브크래프트는 그저 진리 ㅠㅠ읽고 싶지만..아직 거장과 마르가리타도 묘하게 못 읽은 나로서 할 말이 아니군 ( -_-);
베헤못 2009/10/29 17:36 #
흐흐 괜찮습니다. 저는 제가 재미있게 읽은 책 전파하는 건 즐기니까요(...)